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— 두 개의 엔딩이 전하는 메시지
클레르 옵스퀴르: 33원정대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, 게임 너머의 현실을 향한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었습니다. 이 게임에는 두 개의 엔딩이 존재하며,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. 각각의 엔딩은 삶과 현실, 환상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.
🖌 마엘 엔딩 — 그리는 삶
현실의 마엘(알리시아)은 오빠가 자신을 대신해 죽었고, 자신은 화상으로 눈과 목소리를 잃은 상태입니다.
말 그대로 산 송장처럼 살아가기에, 그녀는 현실이 아닌 캔버스 속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길 원합니다.
마엘의 엔딩을 보면서, 게임 플레이 중 접했던 르누아르(마엘의 현실 아버지)의 메시지가 계속 생각났습니다.
"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지 말고, 현실을 보아라."
이 엔딩에서는 마엘이 캔버스 속 세계를 조종하는 듯한 존재로 등장하며,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. 하지만 정작 마엘은 행복하지 않아 보입니다.
📌 부제: ‘그리는 삶’
마엘 엔딩의 부제는 ‘그리는 삶’입니다. 페인트리스(화가)이기에 자연스럽게 이해되지만, 동시에 현실의 알리시아가 원한 삶이라는 의미도 내포하는 듯 합니다. 즉, 마엘이 그려낸 세계이자 바랬던 삶이라는 의미에서 이 부제는 이중적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.
(이중적인 번역이 맞다는 가정하에) 번역이 아주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.
🔥 베르소 엔딩 — 가짜가 진실을 말할 때
현실의 진짜 베르소는 마엘을 대신해 이미 죽은 인물입니다. 베르소는 마엘과 그의 어머니인 페인트리스가 캔버스 속에서 창조한 존재입니다. 또한 베르소는 자신이 ‘만들어진 존재’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. 그는 이 영원한 생을 끝내기를 바라며, 마엘이 현실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.
이 엔딩에서는 마엘이 현실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베르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, 캔버스 속 사람들과 작별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. 현실의 알리시아는 분명 초라한 모습이지만, 오히려 더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.
🎭 엔딩을 모두 본 후의 감상
캔버스 속 세계는 페인트리스(화가)가 만들어낸 허구지만, 마엘에게는 진짜 세계일 수 있었습니다. 그녀는 현실에서 받은 상처를 피해,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세계를 선택한 것이죠. 르누아르의 말처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, 한편으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"극복해야 한다"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. 그래서 마엘의 선택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, 엔딩에서 보여지는 그녀에게서 행복보다는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져 더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.
🤔 베르소의 선택은 옳은가?
개인적으로는 베르소의 선택이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. 하지만 그 선택은 마엘 외 모든 존재가 사라지는 길이기도 합니다. 처음에는 마엘과 베르소만 고민했는데, 베르소 엔딩을 보고 나니 사라지는 수많은 캔버스 속 인물들이 떠오르며, 그의 선택이 이기적인 결정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. 특히 르네가 노려보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.
하지만 마지막에 현실의 마엘이 가족들과 함께 베르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, 캔버스의 인물들과 작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“그래도 이 선택이 낫다”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현실 속에서 가족과 함께 다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.
🎬 결말 이후의 여운
두 개의 엔딩을 모두 보고 나니,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《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》가 떠올랐습니다. 최근 즐긴 게임들은 대부분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지만,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아닌 현실의 사람에게 말을 거는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. 오랜만에 게임을 통해 깊은 감정을 느꼈고, 삶과 현실, 도피와 마주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죠.
스토리 속 복선들이 대부분 회수되었기에 후속작이나 DLC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, 개발사의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됩니다.
📝 마무리
이 게임은 단순한 멀티엔딩 스토리가 아닌,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. 마엘과 베르소, 두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자신에게도 묻게 됩니다.
"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하겠습니까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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